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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한(夜限) 사진관’ 생과 사 사이, 밤손님들과 피어난 연대의 몽환극

by copain25 2025. 7. 11.

 

드라마 야한사진관

사진으로 남은 마지막 인연, 서기주라는 이름의 사연

서기주(주원)는 대대로 “죽은 자의 마지막 얼굴”을 사진으로 기록해야 하는 사명을 가진 7대 사진사다. 그가 운영하는 야한 사진관은 밤에만 열리고, 그 영역에 들어선 이는 결국 돌아올 수 없는 세계로 떠난다. 서기주는 사진 한 장으로 귀객(鬼客)의 이야기를 끝내주지만, 그 대가로 자신 또한 “35세가 넘어서는 안 된다”는 저주를 안게 됐다. 그의 사연은 평범하지 않지만, 그 안엔 사진사의 고독과 책임, 그리고 인간에 대한 절실한 그리움이 깃들어 있다. 서기주는 자신이 찍은 마지막 사진 속 환한 미소가 언젠가 자신을 구원해 주길, 머뭇거릴 시간마저도 없이 밤마다 셔터를 누른다. 그렇게 그의 사진관 문 앞에 나타난 한 사람이, 바로 전직 검사이자 의도치 않게 그것을 포기한 변호사 한봄(권나라)이었다. 범죄 현장과 증거만을 좇던 그녀의 삶이, 갑자기 잃어버린 사연과 마주하며 사진관의 초대석에 첫걸음을 뗐다.

변호사 한봄, 귀객을 보는 사진사와 마주한 동행

한봄은 옳고 그름을 분명히 가리던 검사 출신 변호사였지만, 현재는 억울함을 풀기 위해 야한 사진관으로 향한 생활형 변호사가 되었다. 그녀가 사진관을 찾은 건, 단순히 기묘한 사건 의뢰 때문이 아니었다. 밤손님들의 이야기가 사진 한 장으로 정리되는 순간, 한봄은 잃어버린 진실 앞에 법 이상의 무언가를 마주했다. 서기주는 한봄 앞에서 그간 숨겨왔던 진짜 모습을 조금씩 노출했다. “귀객을 찍고 나면 그들의 사연이 끝난다”는 문장은 무한한 슬픔과 고독을 동시에 머금고 있었다. 반면 한봄은 죽음을 객관적으로 해결하려는 의지가 아니라, 남은 이들에게 위로하고자 하는 진심을 내비쳤다. 둘의 관계는 얄팍한 파트너십이 아니다. 귀신을 보여주는 사진사와 그 시선 너머를 찾아내려는 변호사, 서로 다른 방식으로 죽음과 마주한 두 사람의 동행은 드라마의 정서적 중심이 됐다. 한봄이 사무실에서 법리적 접근으로 사건을 분석하고, 기주는 사진관에서 그 전화 속 마음을 건져내자 이들은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동시에 걷게 되었다.

쫄깃한 긴장감은 조연들의 개성과 서브라인에서 폭발했다. 고대리(유인수)는 연애 한 번 못 해본 과로사 귀신으로, 후회와 순수함을 동시에 안고 있다. 그의 ‘저스트 텐 미닛 빙의 데이트’ 플래시백은 미소와 씁쓸함을 동시에 선사하며 밤청춘의 쓸쓸함을 채웠다. 백남구(음문석)는 예전엔 굵직한 사건을 해결하던 형사였지만, 지금은 사소한 잡무부터 상상 이상의 귀객 응대까지 도맡는 사진관의 해결사다. 그의 풍채와 무뚝뚝함은, 무너져가는 밤거리에 여전히 자리를 지키는 사람처럼 존재감을 드러냈다. 이봄소리, 김영옥, 안창환 같은 주변 인물들도 한봄과 기주의 상징적인 동선을 완성했다. 친구, 할머니, 경찰조차도 사진관 저편 어둠을 비추는 빛으로 함께 등장했다.

사진이 멈춘 생, 살아남은 이들의 오늘을 위한 위로

마지막 회, 기주는 삼촌 기원의 영혼과 사진관에서 재회한다. 해피엔딩처럼 보이지만, 이 장면은 단순한 마무리가 아니다. 사라진 시간의 조각이 다시 맞춰졌지만, 사진관 문은 다시 닫힌다. 돌아오지 못한 이들도 있지만, 남은 이들은 서로의 곁에 남기로 한다. 한봄은 변호사를 넘어 살아 있는 사람의 감정을 듣는 존재가 되었고, 기주는 저주의 가벼움보다 ‘삶의 무게’를 새로 가졌다. 고대리와 백남구도, 사진 한 장에서 삶의 의미를 다시 깨달았다. 이들이 공유한 밤은 관능적이었지만, 그다음 아침은 각자의 자리에서 다시 시작되는 소중한 오늘이 되었다. ‘야한 사진관’은 생과 사의 경계 위에서 어제보다 조금 더 나은 해방을 품었다. 사진 촬영으로 귀객이 떠난 뒤도, 남겨진 사람들의 삶은 계속된다는 메시지는 남다르게 다가온다. 드라마가 끝난 뒤에도, 누군가는 오늘도 살아가고 있을 그 자리에 자리 잡은 위로와 공감의 여운이 길게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