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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라키’, 상위 0.01%의 세계를 파헤친 고등학교 서스펜스의 진수

by copain25 2025. 6. 30.

드라마 하이라키

명문고의 정점, 그들만의 질서와 붕괴

2024년  넷플릭스에서 방영된 <하이라키(Hierarchy)>는 대한민국 최고 재벌가 자제들이 다니는 사립 고등학교를 배경으로 벌어지는 미스터리와 권력의 서사를 담은 청춘 서스펜스 드라마다. 겉보기에 아름답고 완벽해 보이는 세계 안에서 벌어지는 폭력과 탐욕, 그리고 비밀을 정교하게 엮은 이 작품은 ‘고등학교판 스카이캐슬’ 혹은 ‘한국판 엘리트판 왕좌의 게임’이라는 별칭을 얻으며 방송 초반부터 높은 화제성을 끌어냈다.

드라마의 배경은 극도로 폐쇄적이고 배타적인 공간 ‘주신고’다. 이곳은 재벌 3세, 재단 이사장의 자녀, 대기업 후계자들이 모여 ‘상위 0.01%만의 질서’를 만들어내는 공간이며, 학생들은 철저한 위계질서 속에서 살아간다. 그 위계는 단지 돈이나 성적으로만 형성된 것이 아니다. 출신 가문, 연줄, 정치력, 정보력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교내 서열이 고착화되어 있다.

이곳에 평범한 배경을 지닌 전학생이 입학하게 되면서 판이 흔들리기 시작한다. 바로 주인공 강하(이채영 분). 그는 주신고 내에 숨겨진 사건들과 비밀을 하나하나 파헤쳐 가면서 기존의 질서에 균열을 낸다. 동시에 상위 계층의 어두운 민낯과 권력의 실체가 드러나며 드라마는 급속도로 미스터리와 스릴러의 긴장감을 높인다.

‘하이라키’는 단순히 고등학생들의 우정, 연애, 갈등을 다룬 학원물이 아니다. 계층 불평등, 교육의 기회, 부모 세대의 권력이 자식 세대에 어떻게 계승되는지를 심도 깊게 조명하며, 청춘 드라마임에도 불구하고 사회 비판적 시선이 두드러진다. 그 속에서 얽히고설킨 인간관계, 비밀과 배신, 그리고 성장과 정의를 그려낸 이 드라마는 새로운 장르의 문을 열었다.

'하이라키'가 특별했던 다섯 가지 이유

1. 고등학교라는 무대 속 계급 드라마의 극대화
학교라는 공간은 원래 평등의 상징이다. 하지만 <하이라키>에서는 그 설정을 반전시켜, 가장 비민주적이고 수직적인 구조로 묘사된다. 이는 시청자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주며, 교육 현장에서조차 돈과 권력이 작용하는 현실을 풍자적으로 드러낸다. 주신고의 ‘로열클럽’, ‘서열표’, ‘후계자 모임’ 같은 설정은 긴장감을 유발하며 이야기에 몰입하게 만든다.

2. 미스터리와 감정 드라마의 절묘한 균형
이 작품은 단지 '누가 범인인가'를 밝히는 전개에 집중하지 않는다. 오히려 사건을 둘러싼 감정의 흐름, 피해자와 가해자의 심리 변화에 초점을 맞추며 서사에 깊이를 더한다. 이는 단순한 추리물이 아닌, 인간 드라마로서의 매력을 배가시킨다.

3. 인물들의 다중적 서사
하이라키의 등장인물들은 단순한 선악 구도로 나뉘지 않는다. 겉으로는 완벽한 재벌 3세이지만 속으로는 부모에게 버림받은 상처를 간직한 인물, 소문에 휘둘리는 약자, 그 안에서도 권력을 탐하는 중립자 등 각자만의 사연과 동기를 지닌다. 이로 인해 시청자들은 누구 하나 쉽게 미워하거나 응원할 수 없게 되고, 극에 더욱 몰입하게 된다.

4. 세련된 영상미와 강렬한 연출
넷플릭스 특유의 감각적인 색감과 고급스러운 로케이션, 리드미컬한 편집은 <하이라키>의 분위기를 한층 고조시켰다. 특히 교내 비밀장소, 파티 신, 감정 폭발 장면 등은 시청자들 사이에서 '짤 생성 명장면'으로 회자될 정도였다.

5. 청춘 배우들의 신선한 조합
노정의, 이채민, 김재원, 배해선, 김경민, 오나라 등 신예와 중견 배우들이 조화를 이룬 이 드라마는 연기력과 비주얼 양면에서 균형을 잘 맞췄다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 이채민은 통제된 질서 속에서도 정의감을 잃지 않는 전학생 강하 역을 강단 있게 소화하며 '다음 세대 주연급 배우'로 주목받았다.

청춘과 권력의 이중주, 그 결말의 의미

<하이라키>는 단순한 청춘물로 시작해, 권력의 민낯을 드러내는 사회 고발극으로 확장되며 시청자들에게 깊은 메시지를 던졌다. 특히 마지막 회에서 드러나는 ‘진실’은 그 어떤 복수극보다 강렬했고, 정의란 무엇인가에 대해 다시금 고민하게 만들었다.

드라마는 단지 학교라는 공간에서 벌어지는 일로 국한되지 않는다. 오히려 우리 사회 전반에 걸쳐 존재하는 불평등, 권력의 대물림, 정보와 기회의 격차를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청소년 드라마의 형식을 빌렸지만, 그 안에 담긴 메시지는 결코 가볍지 않다.

또한 <하이라키>는 ‘서열’이라는 이름 아래 잔인하게 작동되는 인간 본성과, 그 질서를 깬 자가 감당해야 할 대가를 냉정하게 보여주며, 현대 사회의 축소판으로 기능했다. 그리고 동시에, 그 질서를 무너뜨리는 작은 용기의 중요성을 상기시켰다.

2024년 수많은 드라마들이 쏟아져 나오는 가운데 <하이라키>는 고유의 무게감과 색깔로 확실히 존재감을 드러낸 작품이었다. 이 작품은 단순한 유행이 아닌, 앞으로도 반복될 권력의 이야기 속에서 우리가 어디에 서야 하는지를 묻는, 오래 남을 청춘 드라마로 기억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