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2023년 금토 사극 법정 드라마 ‘조선변호사’는 어린 시절 부모를 잃은 독종 변호사 강한수(우도환 분)가 조선 최고 권력층인 왕실과 외척, 그리고 공주 연주(김지연 분) 사이에서 복수와 정의를 향한 여정을 그린 작품이다. 우도환·김지연·차학연·천호진·송건희 등의 연기 시너지가 돋보이며, 법정·정치·가족 드라마의 삼중 구조가 긴장과 몰입을 유발했다.
정의와 복수 사이, 새로운 법정 활극의 탄생
MBC에서 2023년 3월 31일부터 5월 20일까지 방영된 금토드라마 ‘조선변호사’는 조선 시대 법정 드라마이자 복수극이라는 독특한 결을 가진 작품이다. 어린 시절 부모를 잃은 변호사 강한수(우도환 분)는 사법과 의술, 상법에 이르기까지 조선의 모든 법률에 정통한 역발상이 강한 인물이다.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로 인해 냉소적인 성격과 ‘돈만 있으면 다 해결할 수 있다’는 세속적 신념을 지닌 그가, 억울한 백성들을 위해 싸우며 점차 진정한 정의로운 변호사로 성장해 나가는 과정이 이 드라마의 큰 변주점이다.
이 작품은 단순한 법정 활극에 머물지 않는다. 백전불패의 승률을 자랑하던 강한수가 송사를 계획하고 조작하면서, 억울한 사건들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점차 백성들의 신뢰를 얻어가는 서사가 중심이다. 동시에 선왕의 딸이자 공주인 연주(김지연 분)는 신분을 숨기고 강한수의 조력자로 등장한다. 또 한 축을 이루는 인물 유지선(차학연 분)은 한성부 판윤이자 연주의 정혼자로, 정의감과 체제 사이에서 갈등한다. 이처럼 개인의 복수, 공주의 신분, 권력자의 야망이 얽히며 세 갈래의 스토리가 자연스럽게 교차된다.
등장인물의 조합 또한 ‘조선변호사’의 큰 매력이다. 유제세(천호진 분)는 훈구파 수장으로서 강한수를 견제하고 권력을 수호하며 극의 긴장감을 높인다. 왕 이휼(송건희 분)은 이상적인 군주가 되기 위해 노력하지만, 기득권 세력들이 조정에서 배제되지 않아 갈등의 중심에 서 있다. 여기에 동치(이규성 분)와 오월(주아 분) 같은 조력자 캐릭터들이 사건 해결의 숨은 축이 되어 전체적인 서사를 유기적으로 이어준다. 이들의 복잡한 관계망은 극의 완급 조절과 몰입감을 위한 핵심 장치로 기능했다.
결과적으로 ‘조선변호사’는 사극이라는 전통적 장르에 법정 드라마와 복수극의 요소까지 결합하여 기존 작품들과 차별화된 재미를 제공했다. 백성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변호사, 신분을 숨긴 공주, 정의와 체제 사이에서 방황하는 판윤, 권력을 지키려는 훈구파 수장까지. 첨예하게 대립하는 인물들의 심리전은 법정 장면 이상의 긴장감을 선사하며, 현대적 감성을 가미한 사극으로 주목받았다.
강한수의 복수 여정과 조선 권력 구조
‘조선변호사’의 중심축은 단연 강한수(우도환 분)의 복수 여정이다. 부모를 잃은 후 무서울 정도로 차갑게 법을 도구로 사용하며 살아온 그는, 돈과 정보, 인간관계를 활용해 송사를 기획한다. 이러한 그의 전략과 태도는 조선 전역의 법정에서 무력해 보이는 백성들을 구제하는 데 집중된다. 특히 그는 자신에게 정의를 되찾아 준 이는 백성이어야 한다는 가치관으로, 정의와 복수의 경계에서 인간적 성장을 이룬다.
한편 이 드라마는 단일 사건이 아닌 복수와 정의, 정치적 음모가 서로 얽힌 여러 사건들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가장 초반에는 백성들이 농지 문제로 고초를 겪는 사건이 등장하며, 강한수의 조력자 동치(이규성 분)와 오월(주아 분)는 살아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이 사건을 통해 강한수는 자신이 ‘돈벌이용 변호사’가 아닌 ‘정의를 구현하는 변호사’로 바뀌고 있음을 시청자에게 보여준다.
공동 인물들 또한 서사에 깊이를 더한다. 연주(김지연 분)는 신분을 감추고 공주의 자존심과 백성에 대한 마음 사이에서 갈등하며 강한수에게 전환점을 제공하는 내적 촉매로 작동한다. 유지선(차학연 분)은 연주의 정혼자로서 법과 체제를 수호하고자 하지만, 강한수와 연주의 관계가 의심되며 자신 또한 정의와 사랑 사이에서 심리적 대립을 겪는다. 더 나아가 훈구파 수장 유제세(천호진 분)는 권력 유지를 위해 어떤 수단과도 타협하지 않으며, 이휼(송건희 분)에게 “왕으로서 능력을 증명하라”고 압박하기도 한다.
이처럼 ‘조선변호사’는 각각의 인물이 가진 신념과 압박, 개인적 상처를 중심으로 복수와 정의, 사랑과 권력이라는 주제를 다층적으로 구성했다. 법정은 단순히 사건을 해결하는 공간이 아니라, 신념과 욕망, 계급과 사랑이 충돌하는 장이 되며, 시청자는 하나의 사건이 끝날 때마다 다음 송사와 배후 이야기에 자연스럽게 몰입하게 된다. 이 과정 속에서 강한수는 복수만을 위한 인물이 아니라,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 변호사로 성장하면서 드라마의 정서를 보다 따뜻하게 마무리한다.
변호와 정치, 복수와 정의를 관통한 사극의 진화
MBC ‘조선변호사’는 법정 활극 사극으로서 매우 독창적인 시도였다. 강한수라는 인물이 복수를 위해 법을 이용하지만, 결국 그 행동은 조선이라는 체제 속 부조리와 억압에 맞서는 실천이 되었으며, 이러한 변화는 드라마의 주제적 울림을 강화시켰다. 이 드라마가 남긴 가장 큰 메시지는 ‘법 앞에서 평등은 존재할 수 있다’는 이상이 조선이라는 현실 속에서나마 가능하다는 희망을 던졌다는 점이다.
또한 연주(김지연 분), 유지선(차학연 분), 유제세(천호진 분), 이휼(송건희 분) 등 주요 인물들은 각각 정치, 권력, 정의, 체제의 상징으로서 기능하며 드라마 전체의 균형을 맞추는 축이 되었다. 특히 연주 공주와 강한수의 관계는 담백하면서도 서서히 쌓아 올리는 정서적 울림이 있었고, 유지선이 체제의 첨병 역할을 하면서도 개인적 정의를 갈망하는 이중 구조는 작품에 균열과 긴장을 가져왔다.
결국 ‘조선변호사’는 단순한 송사 해결 드라마를 넘어 사극 장르의 경계를 확장했다. 법정과 정치, 사랑과 복수가 교차하며 조선이라는 사회가 가진 구조적 문제를 드라마적 긴장 속에 녹여낸 것이다. 개인의 복수가 전체의 정의로 전환되는 과정을 통해, 이 작품은 시청자들에게 ‘법과 불의, 권력과 인간성 사이에서 우리가 무엇을 지켜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을 제시했다. 이러한 서사와 메시지는 단지 엔터테인먼트로 끝나지 않고, 떠오르는 법정 사극 장르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었음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