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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수하려 다가간 그에게 사랑에 빠져버렸다: 디즈니+ '사랑이라 말해요'

by copain25 2025. 7. 1.

드라마 사랑이라 말해요

'사랑이라 말해요'는 단순한 로맨스가 아니다. 이 드라마는 복수를 위해 시작된 관계가 차츰 사랑으로 바뀌며, 상처투성이 인물들이 서로를 통해 조금씩 치유되어 가는 과정을 세밀하게 그려낸다. 이성경과 김영광의 섬세한 감정 연기, 그리고 무겁지만 따뜻한 서사가 시청자들의 감정을 조용히 흔들었다.

“당신을 망치고 싶었어요, 그런데…” 복수의 칼끝에서 시작된 뜻밖의 사랑

디즈니+ 오리지널 드라마 ‘사랑이라 말해요’는 단순한 사랑 이야기라고 보기엔 그 서사의 결이 깊고 묵직하다. 이 드라마의 시작은 ‘복수’다. 그것도 매우 개인적이고 감정적인 복수다. 심우주(이성경 분)는 아버지의 외도로 가족이 해체되고, 급기야 불륜 상대였던 여성에게 집마저 빼앗기며 모든 걸 잃는다. 상실의 고통 속에서 그녀는 조용히, 그러나 단단하게 복수를 계획한다. 그리고 그 대상은 바로 한동진(김영광 분), 아버지의 불륜 상대의 아들이자 캠핑 전시회 업체 대표다. 우주는 그의 회사에 계약직으로 들어가 차분하게 거리를 좁혀가며 그를 무너뜨릴 기회를 노린다. 그러나 상황은 예상 밖으로 흘러간다. 무자비한 대상일 줄 알았던 동진은, 겉으로는 냉철하고 성공한 대표지만 실제로는 지독히도 외로운 사람이다. 그의 외로움과 우주의 상처가 겹쳐지는 순간, 이 복수극은 서서히 로맨스로 전환된다. 날카롭던 감정은 흐릿해지고, 상처와 상처가 닿아 서로를 이해하려는 시간으로 바뀌어간다. 그렇게 복수의 칼날은 사랑의 감정으로 둔화되고, 두 사람은 서로의 무너진 조각을 조심스럽게 맞춰 나가기 시작한다. 이 드라마는 그런 점에서 사랑에 대해 묻는다. "사랑이란 무엇인가?" 그것은 누군가를 망치려는 마음 속에서도 피어날 수 있는 것일까? ‘사랑이라 말해요’는 그런 사랑의 가능성, 그 위태로움과 아름다움을 차분하지만 깊이 있게 그려낸 작품이다.

 

인물 사이에 흐르는 복잡한 감정선, 그 안의 진심

이 드라마의 가장 큰 매력은 등장인물들의 미세한 감정선이다. 마치 클래식처럼 느린 듯 이어지는 이야기 속에 인물들의 내면은 격하게 요동친다. 심우주(이성경)는 복수를 다짐한 인물이지만, 처음부터 냉혈한은 아니다. 그녀는 어머니의 병세, 무너진 가정, 그리고 무력했던 과거에 대해 분노하면서도 스스로도 그런 감정에 휘둘리지 않기 위해 애쓴다. 동진을 향한 감정이 흔들리기 시작하면서 우주는 ‘복수’라는 프레임이 더 이상 자신을 지탱하지 못함을 느낀다. 이성경은 이러한 복잡한 심리를 놀라울 정도로 섬세하게 표현해낸다. 반면, 한동진(김영광)은 감정을 드러내는 데 익숙지 않은 인물이다. 모든 걸 갖춘 듯 보이지만, 속은 텅 빈 사람. 어머니에게 인정받지 못했고, 연인에게도 외면당한 채 살아온 그의 삶은 겉보기와 달리 잔혹하다. 우주를 처음 만났을 때는 경계하지만, 그녀에게서 느끼는 무언의 동질감은 점차 그의 마음을 무너뜨린다. 조연들도 빛난다. - **윤준(성준)**: 우주의 오랜 친구이자 약사. 우주를 묵묵히 지켜보며, 말없이 가장 깊은 위로를 건네는 존재. - **강민영(안희연)**: 동진의 전 연인이자 미술관 대표. 이별 후에도 동진을 잊지 못한 채 그를 괴롭히는 인물로, 로맨스의 긴장감을 높인다. - **심혜성(김예원)**, **심지구(장성범)**: 우주의 언니와 남동생. 가족의 회복을 상징하는 존재로 따뜻한 울림을 준다. 각 인물들은 자신만의 상처를 지니고 있으며, 그것을 대면하고, 때로는 회피하고, 결국은 마주하는 과정을 통해 ‘치유’라는 드라마의 또 다른 메시지를 전달한다.

 

마침내 사랑이라 부를 수 있을 때, 모든 건 시작된다

‘사랑이라 말해요’는 흔한 로맨스처럼 빠르게 사랑을 말하지 않는다. 오히려 사랑이란 감정이 얼마나 어렵고, 부정하고 싶고, 때로는 무섭기까지 한 감정인지를 찬찬히 풀어간다. 우주가 동진에게 마음을 여는 과정은 마치 꺼내기 힘든 오래된 상자를 조심스럽게 열어보는 것처럼, 조심스럽고 진솔하다. 이 드라마의 진정한 감동은 클라이맥스가 아닌, 작은 장면들에 있다. 우주가 아무 말 없이 동진 옆에 앉아 있는 장면, 동진이 우주의 손을 잡고 말없이 걷는 장면, 두 사람이 서로의 상처를 알아채지만 그것을 말로 묻지 않고 그대로 안아주는 순간들. 결국, ‘사랑이라 말해요’는 제목처럼, 사랑이라는 말 한마디가 얼마나 어려운지를 말하는 작품이다. 하지만 그만큼 그 말이 얼마나 간절한지도 함께 보여준다. 모든 것을 잃고 시작된 복수의 여정이 결국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완성되는 순간, 시청자는 잔잔한 감동과 함께 따뜻한 위로를 얻게 된다. 이 작품은 오랫동안 가슴에 남는다. ‘사랑이란 무엇인가’를 다시 묻게 만들며, 상처받은 누군가가 그럼에도 다시 사랑을 선택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조용히 속삭인다. 그리고 그 속삭임은, 강한 울림이 되어 오래도록 잊히지 않는다.